content="user-scalable=no, initial-scale=1.0, maximum-scale=1.0, minimum-scale=1.0, width=device-width"> 고소한 그 향기, 들기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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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

고소한 그 향기, 들기름

《고소한 그 향기, 들기름》



어릴 적, 부엌 한쪽에서 고소한 향이 풍기면
그건 틀림없이 할머니가 들기름을 꺼냈다는 신호였다.
검고 작은 유리병 속, 금빛 기름은 마치 보물처럼 다뤄졌다.

"이거 아까우니까 조금만 쳐라~"
할머니는 언제나 들기름을 병에서 종지로 옮길 때,
한 방울도 새지 않도록 손끝에 온 정신을 집중하셨다.

왜 그렇게 아끼시는지,
어린 나는 그저 '기름이 비싸서 그런가 보다' 하고 넘겼다.
하지만 세월이 지나, 나도 부엌에 서게 되고
들기름을 사다 먹어보며
조금씩 그 고소한 정성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.

들기름은 단순한 '기름'이 아니었다.
할머니에게 그것은
음식에 혼을 더하는 마지막 터치였고,
마음을 담는 손맛의 비결이었다.

묵은 나물에도, 따끈한 밥 위에도,
심지어 김치 위에도
한 방울 톡 떨어지면
그 향 하나로 식탁은 진수성찬이 되었다.

할머니는 들기름을 아낀 게 아니라,
그 가치를 알고 계셨던 분이었다.
그 작은 병 속에는
기름보다 깊은 시절의 애틋함,
살림의 무게,
그리고 가족을 위한 마음이
고소하게 담겨 있었던 것이다.

그래서일까.
요즘 나도 들기름을 쓸 땐 할머니처럼
한 번은 병을 들고,
한 번은 냄새를 맡고,
그제야 조심스럽게 따르게 된다.

그 향기 속에서
할머니가 오늘도
내 식탁 위에 다녀가신다.

그리고 문득,
그 들기름 한 방울 속엔
어릴 적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
사랑과 인내,
그리고 매일을 지탱해준 따뜻한 손길이
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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